‘기후위기 헌법소원’ 1년…법제화 시한 반년 남았는데 한 발도 못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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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 25-09-01 06:18 조회 0회 댓글 0건본문
헌재 결정의 주요 내용은 정부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구체적인 감축량을 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불충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국가가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했는지를 따져봤을 때, 이를 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더라도 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률 효력을 즉시 없애지 않고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이 결정을 내리며 정부가 내년 2월28일까지 2031년 이후 감축 목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시한을 6개월 남긴 지금까지도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은 더디다.
정부는 오는 11월10~21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참여하기에 다음달 안에 2035년 감축 목표 초안을 내고 확정할 계획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과 소송 대리인단 등은 “헌재 결정에 따라 미래 세대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장은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상대로 하는 중요한 결정은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공동체 의사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시민들과 당사자들은 배제됐다”고 말했다.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법률가 211명도 공동 성명을 내고 “정치 참여가 제한된 미래세대 등 다양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필수요소”라며 “국회와 정부가 투명한 논의를 거쳐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소송 대리인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환경보건위원회, 녹색당 등 법률가와 시민단체들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운동 본부’를 꾸리고 관련 활동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정부의 졸속 결정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냈다.
남성욱 민변 환경보건위원장은 “정부는 내년 2월로 예정된 국회의 입법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독단적으로 2035년 감축목표를 확정해 유엔에 제출하려 한다”면서 “단독으로 목표를 정하면 단기적인 이익을 우선하는 느슨한 목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는 한 번 배출되면 되돌릴 수 없다. ‘제때’ 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라며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기후정책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에선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 전부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장기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법률에 명시하는 것인데, 2030년 35%, 2035년 61%, 2040년 80%, 2045년 90% 감축이라는 하한선을 설정했다. 또 한국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예산’ 개념을 도입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2040년까지 전면 폐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도록 하는 원칙도 명문화했다.
그리스의 작은 섬 아이기나는 제우스 신과 강의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아코스의 전설로 알려져 있다. 아이기나에 비극이 닥친 것은, 남편의 바람기에 넌덜머리가 난 헤라 여신에게 아이아코스의 친부가 알려진 탓이었다. 분노한 헤라는 역병을 내려 이 작은 섬을 초토화했고, 하루아침에 백성 없는 나라의 허울뿐인 왕이 되어버린 아이아코스는 아버지 제우스 신에게 엎드려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아무리 신의 왕이라도 이미 죽은 이들을 살려낼 방도는 없었다. 고민하던 제우스는 마침 눈에 띈 개미굴의 개미들을 모두 아이아코스의 백성으로 변신시켜 빈 땅을 채워주기에 이른다. 이후 아이기나섬의 사람들은 개미라는 뜻의 ‘뮈르미돈(myrmidon)’이라 불렸는데, 이들은 사람이 되었어도 여전히 개미 시절처럼 근면하고 성실하며, 국가에 충성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 설화처럼 개미는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도 나오듯 근면 성실의 대명사이다. 또한 ‘개미군단’이라 지칭될 때는 작지만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효율적인 집단이라는 뜻도 함께 가진다. 이는 생물학자들의 관찰로도 증명되었다.
먹이를 찾아 나선 개미 떼들의 귀갓길은 그야말로 잘 훈련된 군대의 행진과도 비슷하다. 이들은 각자 제 몸무게의 몇배씩이나 되는 무거운 먹이를 잘도 짊어진 채, 한눈팔지 않고 앞선 개미들의 뒤만을 부지런히 따라간다. 이들을 이끄는 것은 앞선 개미들이 분비한 페로몬 신호이다. 개미들은 주로 화학적 신호, 즉 냄새에 의해 외부 자극을 인식하기에 앞선 개미의 체취는 그 어떤 내비게이션 정보보다도 정확해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눈 밝은 과학자들은 이렇게 규칙을 잘 지키고 성실한 개미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도 알아낸다. 일부는 실수로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냄새 정보가 아니라 시각 정보에 의존해 새로운 경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도 한다. 그리고 개미 집단의 규모나 크기에 상관없이 이런 ‘길치’ 혹은 ‘개척자’ 개미들의 비율은 5~15%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다수의 개미들이 따르는 길은 집으로 가는 것이 보장된 ‘확실한 길’이다. 하지만 이탈자 개미들의 앞에 놓인 길은 귀가가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한 길’이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위험한 길’이다. 확실한 길을 두고 미지의 경로로 나서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일정 비율의 개미들은 늘 이런 위험하고 불확실한 길로 들어서곤 한다.
이렇게 일탈한 개미들의 상당수는 예상대로 무사히 귀가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 중 아주 일부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해 집단의 부를 늘리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더 빠르고 좋은 길을 찾아내 전체 루트를 개선하기도 한다.
개미 집단이 소수의 일탈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보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행동이 장기적 혹은 거시적으로는 집단의 생존력을 높이는 전략적 탐색이기 때문이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 주말, 특별한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행사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뜨거웠다’. 하지만 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무더위가 아니라, 단조로운 일상에 무디어진 열정을 되살리는 불씨에 가까워 오히려 기꺼운 뜨거움이었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들이 주로 참여한 이 행사는 ‘비 더 퍼스트!(Be the First!)’라는 기치에 맞게, 미래에 지어질 달 기지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연구 주제를 제안하는 자리였다. 달은 이미 1969년에 인류에게 첫 방문을 허락했지만, 이후로 반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인류 거주불능 구역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에 연구소를 세우고 거기에서 연구할 주제를 공모한다는 것은 지금의 시각에서는 현실적 제안이라기보다는 허구적 공상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선에 참여한 젊은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는 지극히 이상적이었으되, 그들이 내놓은 연구 제안서는 더없이 현실적이고 진지했다.
수상자 중, 고3 학생의 소감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처음에는 내신 수행평가를 위해 가볍게 생각해냈던 아이디어가 이 대회와 맞물리면서 점차 빠져들어 입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에 몇개월을 매달렸다는 말에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누군가의 모습 말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12·3 불법계엄을 민첩하게 해제함으로써 내란의 예봉을 꺾었다. 계엄 해제의 바탕에는 30여년에 걸쳐 진행된 지구촌 정보혁명을 전자(電子)민주주의(전민주의)로서 체화한 시민들의 저항이 있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우리 전민주의 시스템의 공신력을 확인한 다수의 사법적 판결과 이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지지로 잦아들었다. 이렇듯 전자 시스템에 근거한 전민주의는 현세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세계인이 함께 주시한 이 격변에서 전민주의는 어떻게 작동했는가. 국민은 국가와 자신의 운명 결정에 자유롭고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자유·평등). 국민의 의사는 긴박한 시국에 그대로 즉시 반영됐다(정확·신속). 국민의 의사는 실시간으로 공개됐고 교차검증을 거쳐 수정·보완됐다(개방·검증). 끝으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의 선택 하나하나가 국가와 자신의 운명에 어떤 상반된 결과를 낳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상반·불확실).
위의 앞 세 가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네 번째는 어떠한가? 대개 이분법적이며 상반되는 결정이 낳는 불안정성을 낮출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안정되고 성숙한 사회 체제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회 체제를 구현할 방안이 있을까? 필자는 아래에서 양자기술을 토대로 한 양자(量子)민주주의(양민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제안한다.
양자는 20세기 초 미시세계 물리학의 양자역학 분야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비전문가에게는 대개 생소하다. 하지만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양자중첩, 양자얽힘 등 용어에 친해지는 중이다. 이들의 유용성은 최근 거시세계의 물리 현상 및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의사결정 등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다. 양자중첩이란 어떤 대상이 우리가 모종의 확인을 하기 전까지는 두 가지 이상의 상태로 공존한다는 것이다. 내일 비가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중첩이고, 비 올 가능성은 예를 들면 60%라는 식으로 확률적이며 비결정론적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양자중첩, 양자얽힘 등을 제어하는 양자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보편화해 양자혁명 시대가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양자 시스템을 이용하는 양민주의는 전민주의와 무엇이 다르며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의사 수렴의 대표 격인 투표로 살펴보자. 첫째, 전민주의에서처럼 양자택일적인 결정이 아니라 양자중첩 기술에 의해 확률적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투표 행위가 한순간 종결되는 현재와 달리 투표 기간에 허용되는 충분한 횟수만큼 위 확률적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양자중첩의 확률적 다중선택을 통해 투표자는 자신의 ‘진심’을 투표 결과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투표에 고려되는 주요 변수들을 양자얽힘으로 짝지음으로써 합리적, 무모순적인 결정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들로써, 투표자는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미래 불확실성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인류는 다시 역사적 변혁의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 선도적 양민주의 도입에는 사회·문화적, 기술적 측면 등을 포함해 여러 논란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이 체제는 전민주의를 초월해 새로운 차원에서 민주적 다양성과 안정성을 구현함으로써 한층 성숙한 인류 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고통과 비극을 줄이는 변혁을 모색하는 사람들, 공동선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대중, 그리고 우주에 내재하는 창발성의 어우러짐이 역사의 경로를 그려온 것 아닌가.
한국 사회가 양민주의라는 새로운 사회 체제를 인류에 제안하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 가능할까? 인류 문명의 향배는 중첩되고 얽혀 있다. 미래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비결정론적 원리처럼 우리 자신이 주목하고 선택함으로써 결정돼 가는 것이 아닐까.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검찰개혁안을 둘러싸고 당·정(민주당·법무부) 갈등이 노출되자 “토론의 과정”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당·정은 다음달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검찰개혁안 논의를 진행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는 관점, 시각에 따라 다른 거니까 이견이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토론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더라도 70년 된 제도 아니냐”며 “상호 간에 여러 가지 토론하고 논의할 부분들이 굉장히 많고, 조직 문제도 있다. 여러 가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원칙은 명백하다며 “그것은 이재명 정부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이런 (토론) 과정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확한 해법을 찾는 세부적 노력들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된 제도 정비를 위해 이견 노출이 차라리 낫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 간 이견은 없다”며 “다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 대해 정성호 장관의 답변과 의견이 있었고, 그런 (논의) 과정 속 하나”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아직 (검찰개혁안은) 완성된 건 아니고, (정 장관의 말은) 개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당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민주당 5선 의원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샵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 이견 표출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본다”며 “당과 정부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의견이 수렴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정 장관이 밝힌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의견으로 보고 있다”며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공론화 과정에서 토론하고 있는 중이라고 판단하고, 대통령실은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7일 고위당정에서 검찰개혁안 도출 가능성을 두고는 “중요한 건 공감대가 높고 합의되니 안을 도출하는 것”이라며 “(9월25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날짜는 조정하면 된다. 며칠은 큰 문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가 처음 자취를 했던 곳은 상가 건물의 꼭대기 층으로, 매일 지상철 소리가 들렸다. 그 집에 살 때 처음으로 휴학계를 냈다. 아빠가 집을 떠나고,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고, 나는 등록금을 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직서를 내듯 교수님께 휴학을 선언했고 면담실을 나왔다. 학비를 벌어서 다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일본 생활용품 매장에 취직했다.
나는 그 브랜드를 좋아했다. 비싸서 살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시내에 나가면 줄곧 그 브랜드의 매장을 둘러보곤 했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정갈한 디스플레이, 아늑한 분위기까지. 가능하다면 매장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직원이 되고 알게 된 것은 매장 직원은 그 브랜드의 옷을 입고 일해야만 한다는 것, 그 옷은 본인이 직접 구입해야 한다는 것, 구매 시 직원 할인도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통장에 남은 7만원에서 2만원을 뽑아 제일 싼 티셔츠를 샀다. 다행히 바지는 언젠가 샀던 그 브랜드의 여름 바지가 있었기에 망정이었다. 영하 십몇도를 밑도는 겨울에 티셔츠와 여름 바지는 필요 이상으로 산뜻했지만 실내에서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나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출근했고 매니저로부터 눈초리를 받았다.
봉급은 포괄임금 제도와 수습 직원이라는 명목 아래 최저시급보다 낮았다. 식대는 당연하다는 듯이 불포함이었고, 점심시간이 되면 직원들은 근처 역전에서 비싸고 부실한 1만원짜리 정식이나 저렴한 데리버거 같은 걸 먹었다. 그리고 모여 앉아서 요즘 뜨는 배우나 유행어 같은 시답잖은 화제들을 입에 올렸다. 모두가 혈기 왕성한 청년들로, 그 시시콜콜한 대화들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묘한 기류들이 오갔다. 나는 그 모든 것에서 살짝 비켜난 채 모서리에 앉아 묵묵히 밥을 먹었다.
직원 중에서 나는 유일하게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이었다. 나는 일하지 않는 모든 시간을 밑반찬을 만들며 보냈다. 교육열이 높은 중산층 엄마가 수능반 아이에게 보내는 도시락처럼 정성을 들였다. 덕분에 안 그래도 적은 봉급에 저금할 돈은 거의 남지 않았고, 그럼에도 어쩐지 그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등록금을 모아야 하는 내가 주제에 안 맞는 도시락을 싸는 것과 구두쇠인 일본인 사장이 우리의 임금을 낮게 주는 것이 어딘가 비슷한 방식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시금치나물을 씹었다. 내 도시락은 어떤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푸짐하고 영양가 있었고, 그걸로 기분은 좀 나아졌다. 밥을 다 먹으면 역사를 걸어 다녔다. 기차가 들어오는 플랫폼의 높은 천장, 짐을 들고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도착하고 출발하는 사람들 사이를 부유했다.
나는 어떤 이유에선지 그곳의 매니저에게 미움을 샀는데, 그녀는 줄곧 내 인사를 무시했고 손님이 없을 때면 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을 데리고 휴식시간을 다녀오곤 했다. 걸레를 담당하는 것도 나였는데, 시간이 되면 나는 매장 곳곳에 있는 걸레를 수거해서 가득 찬 들통을 지고 대형마트의 직원 구역으로 향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어도 직원 화장실에는 온수가 나오는 법이 없었고, 나는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한 번씩 손을 불어가며 걸레를 빨았다.
그때 내 관심사는 유치한 괴롭힘과는 다른 쪽에 있었는데, 어느 날 매장에서 일하는 나를 회사 사장이 우연히 발견하고 그 참한 모습에 반해 나를 구출하는 상상에 몰두했다. 청초하고 근면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우아함이 뿜어져 나오는 언뜻 범상치 않은 여자 직원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걸레를 빨면서 거울을 보며 귀한 집 규슈가 될 만한 상인지 살폈다. 일본어로 건네는 첫마디를 뭘로 할까 고민했다. ‘교노 오텐키와 이데스네’(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같은 말을 생각했지만 우스운 일이었다.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지금이 몇시인지조차 그곳에선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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